제목: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상영시간: 2시간 25분
관람등급: 12세
감독: 웨스 볼
출연: 오웬 티그, 프레야 알란 등
'혹성탈출' 시리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다. 이전 '시저' 3부작으로 시작해 완전히 매료되어 과거 작품들까지 다 찾아보고 열렬한 팬이 되었다. 사실 지난 '종의 전쟁' 때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서 더이상 나올 이야기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3부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어떤 비주얼을 보여줄지가 굉장히 기대되었다.
노아의 방주
'혹성탈출' 시리즈의 주인공은 과거의 인물에서 이름을 많이 따오는데, '시저'는 과거 그리스의 왕의 이름에서, 이번 '노아'는 모두가 아는 '노아의 방주'에서 따왔다. 이름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이번 3부작은 유인원이 새로운 지구에서 방주를 어떻게 타는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대로 마지막 작품에서는 핵전쟁이 일어나 결국 우리가 아는 오리지널 혹성탈출의 배경처럼 황폐해진 지구에 상당히 진보된 유인원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시저'가 사망한 때로부터 300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 이야기의 배경인데, '노아'의 '독수리 부족'은 상당히 고립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부족이다.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노아'가 가족과 함께 숲속에서 지냈던 것 처럼 그들만의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더욱 진보된 '프로시묵스'의 왕국에 침략을 당하고 부족들이 노예로 끌려가게 되는 결과를 야기하는데 이 작품의 줄거리 이런 부족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노아'의 모험을 그린다.
'노아의 방주'처럼 이야기 끝에서는 물이 그들을 덮치고 그 홍수에서 '노아'는 부족을 이끌고 탈출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친절한 떡밥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이름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메이'와 '라카'를 만나고 '프로시묵스'와 대립하게 된다.
노아에게 에코란
지난 작품에서 '시저'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윌'을 통해서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 시절이 그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인간과 대척점에 섰을 때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끝까지 인간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노아'는 상당히 다르다.
'노아'는 인간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이며, 인간을 마주한 적도 없었던 캐릭터다. 당연히 '시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노아'는 인간을 'HUMAN'이 아닌 자신들의 부족이 명명한 'ECHO'라고 보른다. 그리고 '시저'는 '윌'을 통해 인간을 사랑했다면, '노아'는 '메이'를 통해 인간을 경쟁자로 바라본다. 이러한 배경이 '노아'가 '시저'와 다른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게한다.
새로운 인간, 메이
'메이'는 퇴보한 인간과 다르게 말을 할 수 있는 최후의 인간들 중 하나이다. 말을 할 수 있으며, 지능도 남아 있어 '프로시묵스'가 탐내는 인간들 중 하나다. 사실 '메이'가 '노아'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이번 작품에 아쉬웠던 점들 중 하나였다. 뜬끔없이 '노아' 앞에 나타나서 어떤 점에서 '노아'를 따라가게 되고 협력자로 생각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부족했다.
그럼 '노아'가 왜 '메이'를 통해 인간을 하나의 경쟁자로 바라보게 되었을까를 이야기 해보자. '메이'는 '노아'를 '프로시묵스'에게 이끄는 인물이고 그곳에 인간의 진보된 무기와 지식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좁은 세상에 갇혀있었던 '노아'에게 눈을 뜨게 해주는 인물이다. 인간의 유산이 유인원이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라 말하며 '메이'는 처음부터 '노아'와 자신을 친구로 바라보지 않았다. '윌'은 '시저'를 가족으로 대했던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점이다. '노아'와 유인원들의 인간보다 뛰어난 육체적 능력이 아니었다면, 에초에 협력했을 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독수리 부족'이 건물안에 있음에도 물의 범람을 일으킨 것, '노아'를 다시 만나러 왔을 때 총을 숨기고 있었던 것 등 여러 장면에서 이번 영화는 '노아'와 '메이'의 관계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메이'에게는 인간이 다시금 지구의 주인이 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유인원과의 동등한 위치를 부정한다. '프로시묵스' 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남자에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이러한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노아'가 만난 인간이 '메이'라는 사실이 이 3부작이 '시저'의 3부작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의 대립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건 여담인데, '메이'를 연기한 '프레야 알란' 배우는 '위처'에서 연기했던 배우로 '위처'를 볼 당시해 연기력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이 많아서 영화를 보기 전 걱정이 조금 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거슬릴 정도로 연기를 못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프록시묵스의 제국주의
이번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프록시묵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과거 '로마'에 이름에서 따온것으로 보이는 '프로시묵스'는 제국주의를 잘 보여준다. 우월한 진보로 자신만의 강력한 왕국을 세우고자 하는 '프로시묵스'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여 인간을 넘어서고자 한다. 인간의 역사가 그랬듯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무리는 뒤처진 다른 무리를 지배하게 된다. 자신들만의 세상에 고여있던 '노아'의 '독수리 부족'이 침략을 당하는 것은 과거 역사와 현재 인간사까지를 잘 압축해서 보여준다.
'프록시묵스'는 캐릭터의 비주얼과 행동, 말투 그리고 연기까지 모든게 잘 설정된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가 처음 등장부터 '노아'를 마주하는 장면까지 위압감이 대단했다.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야심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굉장히 짧게 나온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아쉬운 점인데 더 집중해서 길게 다뤄야할 부분을 짧게 다루고 초반에 시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시간을 너무 할애해 상당히 늘어지는 호흡을 보여준다. '프록시묵스'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의 비중을 늘렸다면 이번 작품이 더 강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노아'는 '프록시묵스'를 만나게 되면서 '메이'를 통해 세상에 눈을 뜬 것 처럼 자신의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단, '프록시묵스'는 인간의 기술과 지식을 빠르게 습득해서 강해져야한다고 주장했다면, '노아'는 '유인원'들만의 힘으로 강해져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점은 '메이'의 영향도 적지 않게 있다. '메이'가 유인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게되고 유인원들이 인간과 동등한 존재, 혹은 인간 못지 않게 훌륭한 종족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인간을 통해 강해진다면, 이는 유인원의 힘과 유산이 아니기에 '노아'는 자신들만의 유산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점이 상당히 흥미진진 했는데, 이런 부분은 또 '시저'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유인원의 힘을 믿는 '노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된다. 이번 작품은 이렇게 '메이'와 '프록시묵스'를 통해서 '노아'라는 캐릭터가 지난 작품들의 주인공인 '시저'와 어떻게 다른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리즈가 또 어떻게 다를지도 기대하게 만들어줬다.
시저의 유산, 라카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라카'다. '라카'는 '노아'가 자신의 부족을 찾기 위해 떠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오랑우탄인데,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오랑우탄'이 어떤 의미로 등장하는지 잘 알 것이다. 현자의 느낌으로 '노아'에게 '시저'가 어떤 존재였는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려준다. '라카'가 등장하는 순간까지만 해도 이번 작품 역시 '노아'도 인간과의 우정을 통해 '시저'의 모습을 또다시 답습하게 되겠구나라는 걱정이 살짝 들었는데, 다행히 '노아'는 '라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증오와 경멸을 덜어내는 수준으로 끝난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에게서 들은 것만큼 경멸의 대상이 아니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도 이때까지만해도 '노아'와 '메이'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작품은 부제에 잘 어울리게 '노아'의 시대는 '시저'와 다른 새로운 시대가 될것임을 잘 보여준다.
'라카' 역시 짧은 등장이 굉장히 아쉬웠는데, 사실 이번 작품에서 '노아'가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라카'와 '프록시묵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 두 캐릭터의 분량이 내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짧았다. 초반에는 '아바타 2' 처럼 거의 훌륭한 비주얼의 향현으로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자랑하는 듯이 나오는데, 짧게 가져가도 될만한 부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수리 부족'의 문화와 삶이 '노아'에게도 중요하고 '노아'의 성장을 표현하는데에도 중요했지만, '라카'와 '프록스묵스'의 비중을 더 늘리는게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라카'를 통해서 '시저'의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것은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기분좋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시작을 '시저'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것 역시 이 작품의 전 시리즈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음을 잘 드러냈다. 그리고 세계관이 이어짐에 있어 '노아'라는 캐릭터가 '시저'와 어떤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 줄지도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훌륭한 비주얼
이번 작품은 지난 작품으로 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에 나왔는데 그동안 영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보여준다. 지난 시리즈도 굉장히 훌륭했지만, 이번 '새로운 시대'는 유인원들의 표정의 묘사도 굉장히 풍부해졌으며, 각 유인원들의 개성도 잘 드러난다. 털의 한올 한올도 보여질 정도로 훌륭한 영상미를 자랑하는데, 초반에는 그저 감탄하고 보았다. 모션 캡쳐도 훌륭했으며,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 영화 자체의 영상미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만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노아의 시대
마지막으로 영화의 총평을 해보자면, 아쉬움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스토리 분량 분배의 아쉬움이 제일 컸고, '메이'의 개연성도 떨어지는 것도 이 작품에 몰입하는데 있어 꽤 방해되는 요소였다. 그래도 이를 제외하면, 괜찮은 작품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시리즈의 장점을 잘 답습한 작품이며, 후속작은 언제나 좋은 평을 받기 힘든데, 시리즈의 강점을 잘 유지한 작품이었다. 내가 '혹성탈출'을 좋아했던 이유도 가치관과 신념의 충돌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의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영상미는 두말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사실, 혹자가 그랬듯이 이번 작품은 2시간짜리 예고편을 본 기분도 어느정도 맞는 말인 것 같은게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나 떡밥,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과 상황 설명이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 '시저'의 3부작이 굉장히 빠른 전개가 강점이었는데, 유인원들이 진화함에 따라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대사의 비중이 늘어남을 야기해 전 시리즈의 작과 전개 속도감도 차이난다는 체감이 들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기대가 많이 된다는 점이다. '시저'와 또 다른 '노아'의 생각이 새롭게 다가왔고 이런 점이 앞으로 어떤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내 최애 시리즈 중 하나인 '혹성탈출'이 '시저'의 3부작 처럼 훌륭한 시리즈로 남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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