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가씨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상영시간: 2시간 24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를 관람했다. '김태리'님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데뷔작이자 수위 높은 동성애 내용을 담고 있어 여러모로 굉장히 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개봉한 지도 어느새 7년이 지났지만, 어쩌다 보니 이제야 보게 됐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에 대해 포스팅하면서 박감독님의 작품은 항상 어딘가 불편한 소재를 가지고 굉장히 순수한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를 잘 만든다고 표현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소재라고 한다면 동성애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똑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큰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지만, 사회적 인식에서 동성애는 아직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인데 이 시대의 동성애라 더욱 수용되기 힘든 시대다. 최근 '콜 미 바이 유어네임', '케이트' 등 근 몇 년간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아왔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의 동성애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됐다.
데칼코마니
서재의 책 보관을 위해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서산한 대저택에 갇혀 자라온 아가씨 '히데코'와 장물아비로 길거리에서 살아온 '숙희'라는 캐릭터 설정은 굉장히 대조적이다. '히데코'의 뽀얀 피부와 고풍스러운 행동과 '숙희'의 시골 소녀 같은 풋풋하면서도 깨발랄함은 이 두 존재가 아가씨와 하녀의 관계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존재다.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 '숙희'는 아가씨의 아기 같은 모습에 아마 처음에는 모성애의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영화 초반에 '숙희'의 가족들이 아기를 팔아넘기는 장면에서 '숙희'는 아기들에게 동정의 마음을 가진다. 밤에 악몽을 꾸고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히데코'에게 '숙희'는 모성애의 감정을 가졌지 않을까 싶다.
'히데코'는 자신과 달리 아는 것이 많은 '숙희'를 보면서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공허함을 채웠다. 이렇게 서로 대조적인 인물이 각자 자신의 이유로 인해 처음에는 서로 의지하게 되지만, 이 감정이 더욱 커져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실 이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성인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숙희'는 모성애, '히데코'는 공허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나 대조적인 캐릭터의 사랑을 표현하는 연출은 평등이다. 사랑을 나눌 때만큼은 아가씨와 하녀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조건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데칼코마니를 통해 표현한다. '히데코'와 '숙희'가 취하고 있는 자세부터 주위 환경의 배치와 구도까지 둔한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데칼코마니다. 이 영화는 대조적인 캐릭터가 같아지는 순간을 사랑으로 그린다.
배우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감탄했던 것은 배우들의 활약이다. 그중에서도 '김민희' 님은 정말 독보적이었다. 한국 아니 전 세계에서도 이런 마스크를 가지고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대저택에 갇혀 이모부 밑에서 어린아이가 받을 교육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 변태 신사들 앞에서 낭설을 낭독하는 낭독가가 된 '히데코'를 정말 잘 연기했다. '히데코'의 신비스러움과 자유를 향한 갈망, '숙희'를 향한 사랑을 너무 잘 표현했다.
'김태리' 배우님은 '박찬욱' 감독님이 오디션 중 '숙희'를 찾지 못해 애타고 있던 와중 '김태리' 배우님을 보고 바로 찾았다고 생각이 든 만큼 '숙희' 역에 정말 찰떡이었다. '김민희' 배우님과는 다르게 투박함 속에 순수함이 있는 '숙희'를 소화를 잘 해냈다. '김민희' 배우님과 연기 호흡도 좋았고 스크린에 처음 데뷔한 것 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정우' 배우님은 데뷔작인 '추격자'부터 최근 인기를 끌었던 '수리남'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는데 볼 때마다 어쩜 각 캐릭터에 알맞게 이렇게 변신을 잘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도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 역을 연기하는데 능청스러우면서도 뻔뻔함을 잘 연기했다.
제일 놀랬던 것은 사실 '조진웅' 님이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아가씨'를 통해서 정말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책 광이자 변태끼를 가진 이모부를 잘 연기해 이번 작품에서 기괴함을 잘 드러냈다. 일단 '조진웅' 님이 연기하신 역할 중 아마 이번 역이 제일 개성이 강했던 역이었을 텐데 잘 연기하셨다.
이렇게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각본과 연출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배우의 연기가 있다면 작품을 캐리 할 수 있다고 나는 믿기에 배우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모든 배우분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호흡도 좋았다.
아가씨
아가씨를 둘러싼 3명의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욕망을 아가씨를 통해 얻어내려고 하는 와중에 이 작품은 '히데코'의 선택이 중요한 영화다. 수동적으로 살아온 '히데코'가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하고 나서서 행동을 취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혹자는 이 작품이 여성을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만 그려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오히려 이 영화는 진취적인 여성을 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성적인 부분만 생각을 하는 것은 이 영화의 자극적인 장면 일부에 꽂혀 그런 평을 하지 않았나 싶다. '히데코'의 선택은 '숙희'였고 이 둘은 백작과 이모부의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나온다. 이 이야기가 진취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을까?
성관계를 그리는 장면에서도 수위가 높긴 하지만 불필요한 장면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그림으로만 배워왔던 '히데코'에게 성관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숙희'와 나누는 사랑은 처음에는 교육이었지만, 이 둘이 처음으로 자신의 위치나 지위를 내려놓고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히데코'에게 올바른 '성'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숙희'다. 이것은 '방울'이 이를 대변하고 있는데, '히데코'에게 방울은 체벌이었고 공포였지만, 마지막에 '방울'은 '히데코'에게 쾌락이었다. 즉, '히데코'가 그동안의 억압에서 벗어나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 것이다.
'히데코'와 '숙희'는 보기 좋게 백작과 이모부를 골탕 먹였고 백작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이모부는 백작의 수은 연기에 사망한다. 이 영화는 여성의 자유와 힘을 잘 표현해 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요즘같이 PC가 만연하는 영화판에서 작품이 여성을 어떻게 잘 그려낼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아가씨'가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아가씨'는 단순히 수위 높은 자극적인 영화가 아닌 재밌고 의미도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지위와 위치에 상관없이 나누는 사랑, 진취적인 여성상, 그 시대에 여성을 단순히 이용만 하려고 했던 남성들 등 시대적 배경에 알맞게 잘 버무린 작품이다. 연출도 훌륭했고 각본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반전은 조금은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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