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리 릴리, 캐스린 뉴튼
상영시간: 2시간 5분
앤트맨의 3번째 속편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어서 관람했다. 이 영화가 극장 개봉 했을 때, 마블의 페이즈 5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기도 하고 앞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복자 '캉'이 등장하기에 많은 기대를 안고 극장에서 보려 했으나 최근 마블 작품들에 실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냥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영화값이 요새 너무 비싼 것도 한몫..) 이번 영화는 아마 앤트맨의 단독 작품으로는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영화이다. 마블의 히어로들은 개인 작품이 3편을 넘는 경우가 '토르'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없다. 그래서 앤트맨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고 양자역학 세계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앤트맨 가족
앤트맨은 유독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범죄자가 되고 이혼을 해서 딸을 쉽게 만나지 못했던 '랭'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던 '호프', 양자역학 세계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돌아온 '행크'까지 모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이 영화에 중요하게 깔려있는 정서이다. 그래서 앤트맨이 주는 중요한 가치는 '가족애'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몰라보게 훌쩍 버린 '캐시'와 티격대격 잘 지내는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마지막에 그녀도 '리틀 앤트맨'으로서 하나의 가족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캐시'를 두 번 다시 잃을 수 없던 '랭'과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구한 아버지를 동경하던 '캐시'와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둘이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엔드 게임' 이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랭'은 히어로보다는 유명인사에 가깝다. 이런 모습들이 '앤트맨'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인지도가 낮아 다른 곤충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헷갈려 공짜로 커피를 매일 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앤트맨'의 유쾌함이 잘 드러났던 것 같다.
전반적인 영화의 가족애를 담은 모습이나 일상생활의 분위기에서는 '앤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다시 모인 '앤트맨'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금방 금방 지나갔긴 하지만, 이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시원한 전개로 질질 끄는 장면없이 간결하게 진행된다. 근데 이런 전개는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나에게 이 영화가 다음 영화를 위한 그저 중간 다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더 부각했던 것 같다. 중요한 이야기만 하고 빠르게 영화를 마무리한 느낌이랄까.
정복자 캉 소개서
'로키' 때 '캉'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캉'을 소개하기 위한 영화라는 점을 지울 수 없다. '마블 코믹스' 원작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인 '캉'이 '앤트맨' 솔로 무비에 등장해서 싸운다? 어벤져스 뿐 아니라 모든 히어로들이 달라붙어도 이기기 힘든 캐릭터가 '캉'인데 말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마지막 전투 장면 전까지만 해도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과시한다. 염력을 사용하고 차원문을 열고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앤트맨'과 싸울 때는 맨주먹으로 싸운다? 참 이질감이 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이 영화에서 '캉'을 메인 빌런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실수이지 않나 싶다.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다거나 '타노스'의 등장처럼 쿠키 영상에서 등장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캉'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지금 여러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캉'을 연기한 '조나단 메이저스'의 연기가 굉장히 일품이다. 오묘한 표정과 내면 연기는 정말 좋았다. 정복자 '캉'의 고뇌와 분노, 복수의 감정을 아주 세심하게 잘 표현했다. '앤트맨'에 등장한 '캉'은 '로키'에서 등장한 '캉'과는 다른 타임라인의 '캉'인데, '로키'에서의 '캉'은 관찰자, 관리자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앤트맨'의 '캉'은 정복자로서의 모습을 잘 연기 했다. 앞으로 멀티버스의 개념이 도입된 만큼 수많은 '캉'들이 넘어오게 될 텐데 1인 다역의 연기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낼지 기대가 된다. 결과적으로 어쨌든 이 영화는 '캉' 맛보기 영화다. 밸런스 붕괴로 인한 감독의 고민도 많았을 텐데 이번 영화에서 '캉'이 제 능력을 다 보여주지 않은 점은 마블의 큰 그림을 위해 그냥 눈 감아 주기로 하자.
스타워즈
이번 앤트맨은 양자역학 세계를 가장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영화다. 마블에서는 크게 우주, 지구와 마법의 세계 일명 디맨션 그리고 양자역학 세계 이렇게 구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양장역학의 이론과 세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려진 양자역학 세계는 마치 스타워즈, 아바타, 존 카터와 같은 영화 비주얼이 많이 연상케 했다. 마치 외계 행성에 떨어진 듯한 느낌의 비주얼로 토르가 그린 느낌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웨스턴 무드가 꽤나 있으면서도 생명체들은 외계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런 비주얼적인 부분은 꽤나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최근 마블 코믹스에 그래픽 총괄 프로듀서의 논란이 있어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각 캐릭터가 매력도 있었고 전혀 이질감 없었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원래 양자역학 세계가 이런 느낌으로 실제 할까?
앤트맨
처음 서두에서 이 영화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 앤트맨이다. 이 영화는 앤트맨의 단독 영화로 앤트맨의 서사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아마 대부분 마블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꼈던 이유는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서사에 공감을 했으며 그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영웅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이 많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는 앤트맨의 이야기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물론 앤트맨의 가족애가 부각되긴 하지만, 앤트맨은 그저 이 영화에서는 매개체 역할에 그친다. '캉'을 등장시키고 앞으로 히어로로서의 활약을 예고하는 듯한 '캐시'의 모습, '랭' 본인의 이야기는 비중이 너무 적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에서는 심지어 자신의 장모님인 '재닛'에게도 주인공 자리를 위협받는다. '앤트맨'은 그저 이번 영화에서 '캉'과 싸우는데에서 그치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이 영화의 제목은 2편부터 앤트맨과 와스프인데 '호프'의 비중은 또 왜 이렇게 적은 건지.. '호프'가 등장하지 않았어도 될 정도의 비중이다.
개인적으로 앤트맨이라는 히어로를 돌이켜 봤을 때 아주 평범하다는 것이 이 히어로의 특징이었던 것 같다. 일반 시민들도 그를 '스파이더맨'과 혼동하거나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행크'를 만나지 않았다면 사실 히어로로서 살아가는 인생은 없었을 것이다. '행크'처럼 뛰어난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태생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앤트맨'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평범함을 중요시했다. '캐시'와 그저 평범하게 잘 살기 원했으며, 자신이 다른 히어로들처럼 빛나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겸손했다. 이런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 히어로가 된 것이다. 그동안 싸웠던 적들을 보면 1편의 빌런 '옐로우 자켓', '고스트' 모두 일반 시민들을 위협한다기보다 '앤트맨', '행크'의 개인적인 원한이 맞서 사우게 된 주된 이유다. 이런 평범함이 '앤트맨'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조금 더 이런 부분들을 부각했다면 어땠을까. 메인 빌런이 '캉'과 같은 거대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앤트맨'에 어울리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양자역학
이번 영화는 양자역학에 대해, '캉'에 대해 잘 소개하는 영화가 됐다. 양자역학과 '캉' 모두 앞으로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런 영화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최근 마블의 영화들이 그렇듯 너무 큰 그림만 그리다 보니 디테일이나 영화 하나하나에 있어서는 놓치는 게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에서 전반적인 전투 장면들도 그렇고 '앤트맨'이라는 캐릭터는 잘 살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앤트맨'의 단독 영화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아쉽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마지막 3편이 개봉했지만, 내가 극장에 가서 보기를 망설이는 이유가 어쩌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마블의 영화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기대를 가지고 엄청 기다리고 그렇게는 되지 않는 것 같다. '마블 코믹스' 만화책들부터 좋아했던 나는 처음에 '아이언 맨'이 개봉하고 '어벤저스'가 개봉했을 때는 정말 황홀함 그 자체였다. 프랜차이즈의 사이즈가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그 아무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해도 피해 가기는 쉽지 않나 보다. 그저 앞으로의 마블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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