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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Thunderbolts*, 2025) 세상밖으로 나온 루저들

bellobello 2025. 5. 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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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썬더볼츠* (Thunderbolts*)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출연: 플로렌스 퓨, 세바스찬 스탠, 데이빗 하버 등
상영시간: 2시간 7분
관람등급: 12세

 

 '마블 스튜디오'의 굉장한 팬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마블' 영화가 개봉해도 극장으로 바로 달려가지 않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기다렸다가 보는 작품들이 많았다. 옛날 같으면 개봉날 바로 심야로라도 보러갔을 텐데 그만큼 실망 했던 작품들이 많아서인데 이 부분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지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도 내가 '캡틴 아메리카'의 덕후가 아니었다면, 아마 패스했을텐데 극장에서 보고 나온 후 생각보다 괜찮았고 앞으로의 마블에 아주 작은 기대감의 씨앗이 심어진 느낌이었다.

 

 '썬더볼츠' 역시 제작 발표에도 별다른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기대를 가지게 만든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잘 뽑아버린 예고편 때문이었다. 예고편을 보고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상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썬덜볼츠'에 나오는 캐릭터는 대부분 인기가 많은 메인 캐릭터들도 아니기에 이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기대를 심어주기 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예고편 속 캐릭터들의 모습과 '센트리'의 등장은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

 

 

재활용

 

 '썬더볼츠'의 전체적인 감상평을 먼저 말하자면 캐릭터들에게 적절한 서사를 잘 불어 넣어 관객들에게 큰 설득을 안겨 준 영화였다. 나처럼 마블의 드라마나 모든 작품을 챙겨보지 않았다면 아마 '윈터솔저'인 '버키'를 제외하면 잘 모르거나 기억도 나지 않을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표현은 별로 좋지만, 이보다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사용하자면 캐릭터 '재활용'을 잘했다. '캉'을 필두로 한 멀티버스 사가가 배우 이슈로 꼬이게 되면서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이 취소되고 특히 올해는 마블 작품이 몇 개 개봉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마블' 팬들을 붙잡아 둘 적절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썬더볼츠'는 그동안 복잡했던 마블 세계관에서도 다른 작품을 굳이 챙겨보지 않아도 되고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으로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블랙위도우'를 보고 난 후 관람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즉, 이 작품은 '둠스데이'로 가는 길에 환기를 해주는 작품이자 이 작품으로 '둠스데이' 까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봐도 된다. 이 부분 역시 뒤에서 더 자세하게 말하겠다. 빌런인 '센트리'를 생각 했을 때도 적당한 능력을 가져야하고 너무 옛날 빌런이어서는 안되고 빌런들의 능력 밸런스라던가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발된 멤버가 '옐레나', '버키', 'US 에이전트', '레드 가디언', '고스트', '테스크 마스크'일텐데 선택은 괜찮았다.

 

 '썬더볼츠'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분명한건 두 영화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빌런들의 통제불능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저 있다면, '썬더볼츠'는 스토리와 서사에 집중한 조금 더 진중한 영화다. 사실 이 부분이 예고편을 생각하고 갔던 나에게는 살짝은 당황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광기가 넘치고 서로 신뢰할 수 없는 멤버들끼리의 예상 불가능한 행동에서 나오는 쾌감을 기대했지만, 반대의 영화였다. 예상을 빗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밌게 관람했던 영화였다. 뒤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이 영화는 '재활용'하는 캐릭터들에 비해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서 잘 만들었다.

 

 

새로운 블랙 위도우, 옐레나

 

 '썬더볼츠'의 큰 발견은 아마 '옐레나'가 아닐까 싶다. '옐레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실 '마블'이 손쉽게 '블랙 위도우'를 대체할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블랙 위도우'의 여동생이자 같은 '레드룸' 출신에 여러모로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를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이제 새로운 '블랙위도우'는 '옐레나'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멀티버스 사가에서도 '옐레나'는 큰 비중을 차지할만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잘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썬더볼츠'를 통해서 '옐레나'는 가장 훌륭한 세대교체이자 새로운 히어로의 완벽한 각성이 이루어졌다.

 

 '썬덜볼츠'는 '옐레나'가 사실상 주인공이다. 나중에 '센트리'의 복선을 '공허함 (Void)'라는 '옐레나'의 심리 상태를 통해서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언니인 '나타샤'의 죽음으로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한 임무 수행으로 나날을 보내는 '옐레나'의 심리 상태를 초반에 잘 보여주면서 서사의 빌드업이 아주 좋았다. 이 영화는 '옐레나'의 감정이 큰 부분을 관통하면서 마지막 마무리까지 훌륭하게 기승전결을 이룬다. '썬더볼츠'를 통해서 '마블' 앞으로 세대교체를 할려면 꼭 이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누구 가족, 제자나 신비한 아이템 득템을 통한 히어로써의 등장이 아닌, '옐레나'와 같이 고뇌와 성장을 통해 당위성을 보여줘야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의 '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해 한 고뇌와 노력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옐레나'의 성장이 잘 느껴졌다.

 

 

보이드 (void)

 

 '썬덜볼츠'에서 '옐레나'의 각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캐릭터가 '센트리'의 또다른 이면 '보이드'다. '보이드(void)'라는 말 자체가 이번 작품을 가장 크게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센트리'라는 무지막강한 캐릭터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센트리'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이면이다. '옐레나'라고 대표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보이드'를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공험함을 이겨내고 진정한 '썬더볼츠'로 단합하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옐레나'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를 더 조망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러닝 타임이나 '옐레나'와 '센트리'의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해서 이해는 가지만, 조금 더 집중도를 나눠줬으면 어떘을까라는 생각이든다. (가만 보니 '옐레나'와 '센트리'의 관계는 마치 '나타샤'와 '브루스 배너'의 관계 같다.)

 

 '센트리'는 단순히 '썬더볼츠'의 각성의 매개체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이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잘 보여줬다. '캡틴 아메리카'가 맞은 혈청의 10만배 수준의 혈청을 맞았다고 알려져있는데 그만큼 능력이 압도적이다. 다만, 이 혈청을 불안정한 사람이 맞았다면? 이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센트리'다. 친구들이 내가 '캡틴 아메리카'를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놀릴때마다 하는 말이 단순 혈청빨이지 않나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센트리'를 앞으로 보여주면 될 것 같다. '스티브 로저스'가 맞았기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캡틴 아메리카'의 올곧은 신념에 반했다는 것을. 이 혈청은 그 사람의 선한 면, 악한 면 가릴 것 없이 물리적인 능력만큼이나 정신적, 감정적인 능력을 극대화 시킨다.

 

 어릴 적 가정 폭력과 사회에서 받은 아픔으로 인해 '센트리'는 자신의 또다른 자아 '보이드'를 가지게 되었는데, 배우 연기도 훌륭하고 연출도 좋아서 잘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에 '보이드'가 데려가는 일종의 공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썬더볼츠'라는 영화의 주제도 잘 맞아 떨어지고 관객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하기에도 충분했다. '센트리'는 능력만 보면 우주 최강급이지만, '보이드'라는 존재 때문에 '밥'이 쉽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종의 족쇄가 되는데 기존의 '헐크'와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헐크'와 유사한 포지션이지만, 분명히 다른 매력을 가진 좋은 캐릭터의 등장이었고 처음에는 '썬더볼츠'가 어떻게 '센트리'를 이길 수 있을까 했지만, 이 영화 빌런으로는 '센트리' 아니 '보이드'가 무조건 필요했다.

 

 

레드 가디언

 

 '썬더볼츠'에서 계속해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건 '레드 가디언'이다. '옐레나'의 양아버지이기도한 그는 '옐레나'에게 부족한게 많은 아버지이지만, 그녀가 정시적으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옐레나'에게 공험함을 채우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항상 누군가는 옆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시종일관 눈치없는 아버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옐레나'에게는 한숨을 선사하지만, 그가 얼마나 '옐레나'를 아끼는지, '썬더볼츠'라는 팀에 속해 팀으로써 활동하고 세상에 영웅으로써 주목 받음에 얼마나 기뻐하는지 감정적으로 솔직한 캐릭터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초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고 '블랙 위도우'를 봤다면 아마 '레드 가디언'이라는 캐릭터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윈터솔져

 

 우리의 '버키'는 빌런이 아닌 착한 편일때만 굉장한 너프를 당하는데, 이번 '썬더볼츠'에서는 오랜만에 '윈터솔져' 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초반 '썬더볼츠'를 추격하는 차량씬에서는 과거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 오마주를 한 장면도 등장해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 작품에서는 초선 국회의원이 된 '버키'로 등장하는데, 어느 새 굉장히 자연스럽게 '썬더볼츠'에 합류해 활약한다. 그나전자 '버키'도 이제 보내 줄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 최애 캐릭터 중 한 명이 계속 등장해서 나쁠 건 없는 것 같다.

 

 

뉴 어벤져스*

 

 이 영화는 마지막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을 일으키는데, 진짜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발렌티나'를 다 잡은 시점에서 '뉴 어벤져스'로 세상에 소개된다. 이런 걸 보면 '발렌티나'가 왜 오랫동안 'CIA' 국장으로 살아남은지 알 수 있는 임기응변이었는데, 사실 '썬더볼츠'의 멤버들의 결핍 중 하나인 영웅으로써 세상에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게 아니었다면, 그 순간에도 '발렌티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뉴 어벤져스'로 소개 되었다는게 지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굉장히 큰 분기점이 되었는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 '샘'이 '뉴 어벤져스'를 다시 결성한다고 공표했고 쿠키 영상에서 '버키'가 '샘'과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을 통해 앞으로의 내용 전개가 흥미롭게 됬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센트리'와 맞붙는 장소가 옛날 '어벤져스' 타워라는 점도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썬더볼츠'가 분기점이 된다고 말한 이유는 쿠키 영상 속 등장한 '판타스틱4'의 비행선도 그렇고 기존의 많은 히어로들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생각했을 때 '썬더볼츠'도 멀티버스 중 하나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둠스데이'라는 큰 이야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환기도 잘 되었고 정리가 되서 가는 느낌이다. 사실 '센트리'를 소개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긴 하지만, '센트리'를 소개하기 위한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캐릭터의 서사도 잘 풀고 내용도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각 캐릭터 디자인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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