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4 (Sex Education Season 4) 청소년이 봐야할 청불 드라마
제목: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4 (Sex Educatiion Season 4)
감독: 로리 넌
출연: 에이사 버터필드, 질리언 앤더슨, 슈티 가르트와 등
에피소드: 8개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오랜만에 돌아온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4'를 다 봤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알았는데 이번 시즌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고 초창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여러 작품 중 하나였는데 마지막 시즌이라니 빠르게 흘러간 세월이 체감되었다. 이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자아, 자기 정체성 등 다양한 고민들을 학생들의 눈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나 역시 이런 문제들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내는 작품을 처음 접한 거라 굉장히 흥미롭게 봐왔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 드디어 서로 마음을 확인한 '오티스'와 '메이브'를 비롯해 아직 끝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캐번디시 콜리지
우선 이번 시리즈는 무어데일 학교에서 캐번디시 학교로 장소가 옮겨졌다는 점이 가장 눈에 크케 띄는 점이다. 학교의 차이도 상당했는데 무어데일에서는 그동안 성적이나 자기 정체성에 관련해 굉장히 보수적인 학교였던 반면에 케번디시 학교는 이러한 점들에서 굉장히 개방적인 학교였다. 이번 시즌에서는 또 눈에 띄게 퀴어들 즉 성소수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비하 발언이 아니라 이성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은 '오티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퀴어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논 바이너리', '무성애자' 등 이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이 드라마의 취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또 모든 성소수자들이나 자아 정체성에 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좀 과할 정도로 많이 부각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그동안 생각해보면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 누구나 겪을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라 쉽게 다가오고 또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됐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현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에 대하여 용기 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세상이지만, 사실 이들이 다수는 아니기도 하고 특히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보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거부감이 들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은 들긴 했다.
애덤과 에밀리
이 시리즈에서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를 꼽으라고 한다면 '애덤'과 '에밀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두 캐릭터는 모두 이번 시즌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한 층 더 성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전 시즌에 걸쳐 잘 전달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애덤'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 자신의 상처를 잘 이겨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개선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애덤'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바이 섹슈얼이라는 점 외에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욕구라는 점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민이라 공감이 너무 잘 됐다. '에밀리'도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켜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두 캐릭터 모두 큰 상처를 앉고 있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상처를 이겨내고 잘 성장한 부분이 마치 부모님이 된 것처럼 기뻤다. 각자의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도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현 세상을 사람 가는 사람들의 상처는 정말 크고 아프지만 이것을 마주할 용기나 시간과 환경적 여유가 부족하기 마련인데 막상 마주하고 나면 한결 나아지게 된다. 나 역시 돌이켜 보면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겨내는 주체는 자신이다. 주위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자신감도 크게 생기게 된다. 이 두 캐릭터에게는 크게 공감이 많이 되는 게 정말 내 이야기 같은 현실적인 스토리라 더 애착이 가게 된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것
바뀐 학교 만큼 이야기에서 또 눈에 띈 게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한 서사의 진행이다. 시즌 4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해서 그랬을까? 아님 마무리 지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일까? '에릭'의 성장은 종교를 통해서 풀어냈다. 우선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그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성격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수치와 데이터를 통해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종교 비하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닷) 그래서 '에릭'의 이야기는 마치 옛날에 봤던 종교영화들을 떠오르게 했다. '모세의 기적'이나 '노아의 방주' 같은 성경에 나온 기적이 '에릭'에게도 일어난다. 그래도 메시지는 정말 좋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의 성경이나 여러 경전에도 이를 금기시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등장한 '신'이라 불리는 사람은 '에릭'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에릭'이 빛을 밝힐 것이라고 해준다. 종교라는 도구를 사용했지만 결국 중요한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였다.
반면 이번 시즌 비중이 크게 늘어난 캐릭터 '캘'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장 많이 표현한 캐릭터다. 자신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감당이 되지 않는 '캘'은 주위의 사랑으로 이겨낸다. 근데 '캘'의 이야기는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역시 이번 시즌 많은 캐릭터들의 서사를 마무리 지어야 해서 그랬을까? 뭔가 '캘'의 이야기는 수박 겉핡기만 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캘'이 사라진 내용이 주된 스토리로 나오는데 잘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에릭'에게서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캘'의 이야기에서는 우리는 모두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잘 담겨있었다.
그 외에도 '잭슨', '비브' 등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개이적으로는 '잭슨'의 이야기도 좀 더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한정된 에피소드와 시간이나 예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닥터 진 밀번
이번 시즌에서는 '오티스'의 엄마 '진'의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늦은 나이에 남편없이 아이를 키우는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모습과 동시에 한 사람의 언니로서의 역할까지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진'을 통해서 풀어낸다. 그녀의 동생 '조아나'와의 이야기는 사실 좀 뜬금없기는 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런 캐릭터가 꽤나 많긴 했다. 아무튼 '진'의 상황과 이야기를 보다 보면 나까지 숨 막힐 정도로 그녀의 하루하루가 정말 벅차보였다. 우리 엄마 생각도 많이 나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힘들 땐 기댈 줄도 알고 도움도 받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됐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 주위에는 나를 사랑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깐 말이다.
좀 전에 뜬끔없는 캐릭터가 꽤나 많다고 했는데, 사실 캐릭터도 그렇고 뜬끔없는 사연도 많이 등장했다. '루비'와 '오'의 관계도 그렇고 지금 이 후기를 쓰면서도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8개의 에피소드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름 이 정도의 시즌을 만들었다는 거는 꽤나 잘 만든 작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긴 시즌 동안 애착이 많이 들기도 했고 시즌 보는 내내 안고 가기 버거운 내용들도 아니었으니 머리가 터질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았다.
주인공
마지막으로 주인공 이야기를 안한다면 굉장히 아쉽다. '오티스'와 '메이브'이 둘은 정말 시즌 3에서는 사람 애타게 만들더니 이번에도 정말 사람 많은 많이 졸이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장학 프로그램을 떠난 '메이브'와 영국에 남아 학교 생활하는 '오티스'는 그야말로 장거리 연애에 표본이었다. 근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항상 플롯이 비슷하다. '오티스'와의 '메이브' 뿐만 아니라 '에릭'까지의 관계는 항상 서로 흥분해서 상처되는 말을 하고 삐지고 대화 안 하고 결국에는 어떻게 푼다. 이런 플롯은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특별한 점은 그래도 한층 성숙해진 '오티스'와 '메이브'였다. 그리고 정말 애간장 타는 이 둘의 연애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메이브'의 마지막 편지를 통해서 이 드라마를 보는 나도 한 층 성장하게 된 것 같았다. '오티스'와 '메이브'는 첫사랑의 이야기였다. 누군가 다 가지고 있는 그런 첫사랑.
'메이브'의 비중이 좀 적었다는게 좀 아쉬웠다. '메이브'는 내 최애 캐릭터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잘 해내는 모습이 정말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너기지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튼 이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보면 정말 진짜 마음이 아팠다. 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좋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게 국룰이니... 시즌 1부터 이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런 엔딩도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마무리
시즌 4까지 보면서 많은 애착이 갔던 시리즈인데 끝난다고 하니깐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나도 한층 더 성장한 것 같고 같이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 되어주는 기분이었다. 이십대 초반부터 봤던 내가 어느새 내년이면 이십 대 후반에 들어선다.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당당하고 열심히 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 그리고 이 시리즈는 정말 청소년이 보면 좋을 시리즈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쉽게도 청소년 관람불가다. 청소년들이 하는 고민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리즌 이만한 작품이 또 없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즐겁게 봤고 많은 것을 배운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