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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인베이젼 (Secret Invasion) 스크럴 떡밥 이렇게 푸는거 맞아..?

bellobello 2023. 8. 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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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크릿 인베이젼 (Secret Invasion)
연출: 알리 셀림
출연: 사무엘 L. 잭슨, 벤 멘델슨, 킹슬리 벤아디르 등
에피소드: 6부작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최근 마블 작품들의 행보가 좋지 않은 가운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는 정말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혹평을 받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닉 퓨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이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간간히 등장하면서 떡밥을 남겨왔던 '스크럴'들의 지구정복을 그리는 드라마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이라는 제목만 보고 나는 아주 큰 기대를 했었다. 그 이유는 원작 코믹스에서 '시크릿 인베이젼'은 규모가 큰 이벤트였고 '스크럴'이라는 종족의 무서움을 정말 잘 표현해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다른 히어로들의 모습과 능력을 복사해 아주 비밀스럽게 잠식해 나가는 '스크럴'은 겉으로 화려한 능력은 없어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가 아주 기대가 되었고 그동안 많은 비밀을 간직했던 '닉 퓨리'이기에 이번 드라마에서는 꽤나 많은 떡밥이 풀림과 동시에 '스크럴'의 공식적인 등장을 알리는 드라마가 될 거라 예상했다.

 

탈로스

 드라마는 '닉 퓨리'가 지구로 돌아와 '탈로스'와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크럴'의 보금자리를 찾아주기로한 '닉 퓨리'는 지구에서 스크럴이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구로 오게 된다. 그동안 '닉 퓨리'를 따라 활동하고 있던 '탈로스'는 스크럴의 장군자리에서 쫓겨나 있었고 스크럴에게는 '그래빅'이라는 새로운 리더가 이끌고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탈로스'가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타까웠는데, '닉 퓨리'는 스크럴의 보금자리를 찾는 것을 실패했지만, 이들에게 어떠한 사실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탈로스'가 '닉 퓨리'를 위해 일해주면 '닉 퓨리'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찾아줬어야 했지만, '닉 퓨리'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닉 퓨리'는 뻔뻔한 태도로 나온다. 나는 이런 '닉 퓨리'의 모습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 모든 사건은 '닉 퓨리'로부터 시작 됐지만, '닉 퓨리'는 계속 이들을 억압한 모습이 돼버리지 않았나 싶다. 이 말은 즉 '닉 퓨리'가 그동안 뭐 하고 다녔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없기 '닉 퓨리'의 행동과 말들이 전혀 설득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탈로스'가 '닉 퓨리'가 우주에 가있는 동안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담겨있어야 했었다. 스크럴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제대로 다루는 만큼 이들의 서사를 '탈로스'를 통해 들려줬어야했다. 스크럴이란 종족이 어떤 종족인지 왜 지구에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사는 종족인지말이다. '탈로스'가 스크럴 의회로부터 쫓겨나게 된 이유와 과정, '그래빅'이라는 젊은 스크럴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주위 스크럴들의 캐릭터들도 더 소개해줬어야 했다. 그냥 수박 겉핡기 수준으로 계속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다 보니 이야기의 깊이가 굉장히 부족했다.

 

닉퓨리

 

 스토리의 방향 자체는 좋았다. '닉 퓨리'가 스크럴의 보금자리를 찾아주지 못했고 이에 분개한 '그래빅'이라는 젊은 스크럴이 지구를 자신의 보금자리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는 설정은 충분히 좋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울트론'급의 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힘도 없고 권력도 없이 정부에서도 쫓겨난 '닉 퓨리'와 스크럴 무리에서 쫓겨난 '탈로스'가 '그래빅'을 막는 과정은 정말 개연성도 없고 긴장감도 없었다. 첩보물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그런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고 '닉 퓨리'의 개뜬끔 등장들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지명 수배에다가 정부에서도 쫓겨난 '닉 퓨리'가 어떻게 알고 그 자리에 등장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단지 그가 예전에 몰던 차고로 돌아와 차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 하나가 전부다.

 

 '닉 퓨리'의 눈의 상처가 외계 고양이로부터 생긴 상처라는 어이없는 사실처럼 '닉 퓨리'를 둘러싸고 있던 비밀들은 당황스럽거나 별거 아니었다. 그가 우주 정거장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대사 몇 줄로 묘사되는게 끝이고 지구로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었음에도 오지 않았던 것도, 그가 스크럴 아내와 사랑에 빠져 살림을 차린 것도 뭐 하나 제대로 된 비밀들이 없다. 이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쿠키 영상이나 몇몇 장면에서는 뭔가 그럴싸하게 다 떡밥을 던져놓고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왜 '닉 퓨리'가 위험한 존재인지, 쉴드의 수장이었는지, '어벤져스'를 소집하고 통솔했던 사람인지에 대한 매력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다. '닉 퓨리'가 스파이로서의 능력이 정말 뛰어난 캐릭터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냥 등장해 협박하고 총질하고 떼쓰고 그러는 게 전부이다. 이전의 카리스마나 포스가 전혀 없었다.

시크릿 인베이젼

 사실 이번 드라마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혹시나 했던 걱정을 그대로 보여준 드라마였다. 그동안 '닉 퓨리'가 우주 정거장에 있었던 것, '탈로스'와 그의 아내가 '닉 퓨리'와 '마리아 힐'을 대신해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 등 굉장히 의미 있는 떡밥을 남겼던 것과 달리 이 모든 떡밥들은 굉장히 단순하게 해결된다. '탈로스'는 아내를 잃고 '스크럴'의 지도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래빅'이라는 새로운 스크럴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등장하고 이를 막기 위해 '닉 퓨리'가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서사를 풀면 긴 서사가 될 것 같은 이 내용을 단 몇 장면의 대화로 정리해 버린다. 일단 여기서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간결하게 넘어가버려 관객들은 당황하고 캐릭터에게 깊은 공감과 몰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쉴드'의 수장이자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스파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닉 퓨리'가 그동안 지구에 없었다는 이 사실이 '스크럴' 보금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떠나있었다라는 이유로 상쇄시킨다. 나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면 될 수 있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던 '닉 퓨리'가 이 때문에 지구를 떠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단 6화짜리의 드라마인  것도 아주 큰 문제이다. 한 회에 50분 정도 되는데 지난 줄거리 인트로 등을 빼면 순수 드라마의 내용은 단 40분 남짓된다. '시크릿 인베이젼'이라는 큰 이벤트를 이렇게 짧게 기획하다 보니 내용도 부실하고 서사도 충분하지 않아 이야기에 깊이가 없다. 우리가 '마블 시네마틱'을 좋아했던 이유는 화려한 액션과 그래픽에 빠졌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각 캐릭터들의 서사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정의로움, '아이언 맨'의 인간적인 모습', '토르'의 완벽하지 않은 신 등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영웅적인 서사가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크릿 인베이젼'이라는 타이틀을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는 붙였으면 안 된다고 본다. '시크릿 인베이젼'을 위한 빌드업으로 삼고 '스크럴'이라는 종족을 소개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야 했다. 그러고 관객들에게 충분한 설득을 한 후에 '시크릿 인베이젼'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진행했어야 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어벤져스' 급의 이벤트인데 이것을 이렇게 날렸다는 게 팬으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하비스트

 

 마지막에 '그래빅'과 '가이아'가 하비스트를 통해 히어로들의 DNA를 얻고 그들의 능력을 복사해서 활용해 싸우게 된다. 스크럴이라는 종족의 가장 큰 능력은 사실 히어로들의 능력을 복사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갑작스럽게 '가이아'와 '그래빅'이 이 능력을 손에 넣고 정말 모든 히어로들의 능력을 활용해 싸우게 되는데 나처럼 사전 지식이 있어도 굉장히 당혹스러웠는데 원작을 알지 못하는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전투 장면은 사실상 그동안 히어로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 '가이아'가 최강이기 때문이다. 히어로들의 힘들고 우연히 영웅의 능력을 얻게 된 것과는 달리 이들은 단 한순간에 사용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납득시키려면 위의 내용과 이어지는 말이지만, 관객들에게 충분한 여지를 던져줬어야 했다. 스크럴이라는 종족에 대해 제대로 소개하고 이들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했어야 했다. 그리고 스크럴이라는 종족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고 이 종족의 이야기는 어떤지도 충분히 전달해줬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없이 '닉 퓨리'의 '하비스트' 언급하나로 이들은 이 능력을 가지고 싸우게 된다. 애초에 신체 강화를 통해 총 맞아도 다시 재생되는 육체를 가지는 설정 자체도 매우 미스였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는 어떠한 톱니바퀴도 맞아떨어지지 않은 채 굴러왔던 드라마였던 것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히어로들이 존재하고 '어벤져스'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들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총제적으로 이 드라마는 마블의 작품 중 가장 최악이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작품이었다. 거창한 타이틀과는 달리 중요한 알맹이는 없었다. 세계관 밸런스를 붕괴시키고 그동안 쌓아왔던 금자탑을 오히려 무너뜨리는 작품이었다. '닉 퓨리'는 아마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닉 퓨리'라는 캐릭터의 이미지도 실추되는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는 차라리 제작되지 않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마블은 앞으로 회차를 늘리고 디테일적인 부분을 더 다듬는 드라마를 공개해야 한다. 아무리 드라마가 영화보다 돈이 안된다고는 하지만, 큰 투자 없이 훌륭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어데블'이라는 가장 좋은 성공 사례가 있기에 '마블'은 잘 참고해서 더 좋은 작품을 들고 왔으면 좋겠다. 팬들도 언제까지 이렇게 무조건적인 관람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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